오랫동안 찾아뵙지 못 한 외할머니도 뵐 겸, 기분 전환도 할 겸, 서울에서 주말을 보냈다.
이래저래 헌혈을 할 때가 되었기도 하고... 정식 헌혈 등록자로 이름을 올려 놓으니, 2달에
한 번씩 '정회철님~ 헌혈 가능하신 날짜가 되었습니다~' 하고 친절하게 문자가 날라온다-
(편하긴 하다; ) 그러면서 시골에는 헌혈할 곳조차도 없음을 한탄했다- (대전에도 한 곳뿐; )

한 주간의 들떠있던 마음을 진정시키는 데는 사색과 관람. 이게 제일이다-
그래서 선택한 것이 두 유명한 미술 전시 여행.


칸딘스키와 러시아거장展 

2008년 2월 27일까지
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2층, 2호선 서초역 3번 출구에서 11/12번 마을버스
입장료 12,000 / Audio guide 3,000 / 圖錄(小) 7,000 / 圖錄(大) 20,000

불멸의 화가 반 고흐展

2008년 3월 16일까지
서울 시립 미술관 2-3층, 2호선 시청역 10번 출구에서 도보 가능
입장료 12,000 / Audio guide 2,000 / 圖錄(小) 9,000 / 圖錄(大) 30,000



1) 칸딘스키와 러시아 거장전



토요일은 길이 막혀서 오후 2시쯤이나 도착할 수 있었다- 아아- 이건 정말 여행이 되어 버렸구나- 하는 왠지 모를 답답함과 함께 찬 바람을 맞으면서 전시장으로 들어갔다. 방학에다 주말. 이 둘이 겹쳐서 인파가 끔찍할테지. 라고 각오하고 갔는데 생각보다는 많지 않아 안심했다. 무식하면 공부라도 해야한다고, 바로 Audio Guide를 대여하였다. 자세한 설명이 마음에 들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떠드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서 좋았다. 푸하-


약 2시간의 관람을 통해 19세기, 20세기의 러시아 미술에 대해 한참 공부했다. 19세기는 리얼리즘의 시대로 초상화 / 풍경화 / 역사화 / 풍속화가 유행하던 시기였다고 하며 Ilya Repin씨가 그린 초상화, Ivan Aivazovsky씨가 그린 바다 풍경화,  Akrhip Kuindzhi씨가 그린 발람 섬 풍경화는 뇌리에 강하게 남았다. (그림으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는 건 언제 봐도 매력적이다...)




20세기 아방가르드 시대 전시장에 들어서서야 유명한 Kandinsky씨의 작품들이 나왔는데, 역시 알 수 없는 그림이라서 그랬는지, 마음이 불편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. 익숙하고 좀 더 아는 것들이 나와야 감상도 가능하고 사색도 할텐데 이건 대체 뭘 그려 놓은 것인지 내 예술적인 감성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그런가- (무식의 소치? ㅜㅡ) 광고가 된 전시의 메인은 Kandinsky씨 작품이라는데, 정작 그림도 몇 개 안 되고 그냥 러시아 미술전. 이라고 해도 될 뻔했다- (하긴 그랬으면 손님이 훨씬 줄어들었을지도- 마케팅의 전략인가~) 하지만 러시아 색이 강하게 발하는 그림들을 보면서 그 시기의 시대상과 현재의 러시아의 모습도 볼 수 있고 이래저래 감상에 젖어드는 관람이었다.



2) 예술의 전당 전경



전시장 내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가 없어서 애꿎게 예술의 전당 모습만 찍어서 왔다-


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예술의 전당이 서울에 오면 으레 들르는 곳. 이 되어 버렸다- 예전의 DID2007도 그랬고- (웃음) 다음 전시는 무엇일까 기대하면서 짧은 토요일 하루를 마무리하였다-



3) 서울 시립 미술관 전경



일요일 아침부터 서둘러 서울 시립 미술관으로 향했다. 개관이 11시라고 생각하고 11시 정각에 도착했는데 이거야 원... 10시 개관이더군... 이미 어린 학생들과 어른들의 그룹으로 미술관 바깥까지 대기 중이었다;; 참으로 험난한 관람이 시작되는 순간. (토요일 예술의 전당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- 덜덜덜)


예상했던 것보다는 큰 규모로 되어 있었다- 그보다 많은 수의 사람이 좀 거슬리긴 했지만;; (Audio guide를 대여하는 데만 30여분이 걸렸다-) 어머니께서 평일에 관람하셨을 때에는 한가한 편이었다고 말씀하셨는데... 전시관 정면에 크게 붙은 "프로방스의 시골길 야경 (사이프러스와 별이 있는 길)" 인쇄본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싶었으나 그 앞에는 감히 가지도 못 할 정도의 인파가 가득했다- 그것도 어린 아이들과 정신없이 쫓아다니시며 그들을 통제하는 부모님들; (한국에서만 볼 수 있다; )


4) 불멸의 화가 반 고흐전



우여곡절 끝에 입장을 해서는 벽을 따라 조용히 이동하는 데만 한 세월이 걸렸다; 그 사이사이에도 아이들 관람을 쉽게 해 주겠다고 새치기에 서로 멱살 잡고 싸우는 부모님들;; 나는 나중에 부모가 되면 저러지 말아야지. 라고 생각하며  그 곳에 서 있는 Staff에게 좀 말리라는 투의 지긋한 눈길을 보냈으나 외면당했다 -_-; 하긴 그 열성을 누가 말리겠나 싶다- (한국인의 열정!)







27세가 되어서 미술에 입문한 반 고흐, 약 10년간 900여 유화 작품과, 1000여 스케치를 남겼다니 정말 폭풍과 같은 작가. 라는 표현이 잘 어울린다. 그림 내내 흐르는 그 특유의 어두움은 관람하는 사람의 기분마저 어둡게 만들 수 있는 강력한 것이었다. 네덜란드에서 그림을 그릴 때에 비해 프랑스로 넘어 와서는 색채를 탐구하면서 밝은 색을 많이 사용했다고는 하지만 해맑은 노랑이 아닌, 둔탁한 황토에 가까웠다;;


"나에게 그림을 그리는 일은 구원과도 같다.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더 불행했을 테니까."

- 1887년 여름, 반 고흐의 편지 中


빈센트 반 고흐가 동생이자 후원자인 테오 반 고흐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분이다. 저 말을 보니 나는 얼마나 행복하게 살고 있는가- 하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-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저런 고뇌와 슬픔이 있기 때문에 대작이 탄생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- (하지만 '고뇌와 슬픔' SET와 '대작을 탄생시킬만한 재능'을 바꾸라고 하면 난 거절하겠어~;; )



공교롭게도(?) 두 미술관에서 전시된 것이 비슷한 시기에 다른 나라에서 그려진 것들이었다... 굳이 구분하자면 동유럽 VS 서유럽의 대비라고 해야하나- 또 다른 대비를 찾자면 시대적인 배경의 예술적 반영 VS 개인의 고민과 탐구의 대비라고도 할 수 있겠다- 후후 미술관 매니아가 되어 버린 기분... (!)



...혹 또 다른 볼 거리가 있는 지 찾아봐야겠다- 주말이 심심하지 않을 것 같다. Fin.





      Reflection  |  2008.01.28 13:00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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